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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에 대한 생각 - 코로나 이후(AC)는 어떻게 될까?

@polrais 2020. 5. 5. 11:36

코로나 사태가 판데믹으로 넘어간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이미 기존에 해왔던 기업들도 있고 이번에 시작한 기업들(이게 더 많을듯)도 있을 것이다. 이제 5월로 접어들면서 코로나가 소강국면에 들어간 이후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제 과거(BC, Befor Corona)로 돌아가는 것 일까? 미래(AC, After Corona)는 어떻게 바뀔까?

나 또한 이번에 처음 재택근무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과 다른 직장인들은 어떻게 재택근무를 생각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본문에서 다루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은 블라인드에서 익명으로 조사한 재택근무 관련 서베이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재택 근무하면 정말 좋을까?

첫번째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직장인 평균 출퇴근 시간이 115분 이라고 한다. 사람이 하루 8시간을 잔다고 하면 깨어있는 시간의 12% 정도를 길바닥에 버리는 샘이다.(그리고 교통비와 체력은 덤이다.) 이 시간을 잘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다. 재택근무를 한다면 이런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잠깐 딴 얘길 하자면 이렇게 출퇴근 소요시간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의 고소득 직장이 강남, 여의도, 종로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 지역의 집값은 비싸 주변 위성 도시에 거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재택근무나 스마트 오피스등의 도입으로 출퇴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직주근접으로 인한 수요는 분산되고 서울 집값이 조금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또한 재택근무의 효과 일 수 있겠다.

두번째로 자유로운 업무환경이다. 이건 좀 의견이 갈릴 수 있을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익숙한 공간,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환경에서 일을 하니 좀 더 몰입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성적인 티타임, 정해진 점심시간, 불필요한 상사의 호출등 일의 흐름을 방해하는 시간들을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들이 있거나 가족들하고 같이 사는 분들은 소음이나 가족들(주로 아이들)의 방해?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업무시간에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재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택근무시 몰입할 수 있는 분리된 환경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볼때, 상황이 정상화 된 이후의 재택근무라면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안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첫번째로 소통의 문제이다. 아무래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메신저를 이용하기 때문에 표정이나 말투 같은 비언어적인 소통를 읽을 수가 없어 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화상 회의나 컨퍼런스 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말 꼭 필요한 회의가 아니면 잘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그도 그럴게 재택근무 공간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서로 좀 조심스러운것이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업무시간에 자리를 지키는지 알 수가 없으니 메신저 상태 확인이나 평소에는 하지 않던 주기적인 보고를 통해 상황을 확인하고자 하는 분위기였다.

두번째로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만큼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회사에 있는 내 자리만 해도 모니터가 3개, 넓은 업무용 테이블, 인체공학적인 의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집에서 같은 업무를 하려고 보니 16인치 노트북 한대 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불편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결국 모니터 하나를 새로 구매했다) 실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의 여파로 PC 주변기기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장비도 문제지만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은 회사의 대외비 자료들을 집에서 취급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밖에 없었다. 느린 VPN, 망분리 정책등의 불편함이 생산성을 떨어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불편해 하고 현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기 위한 여러가지 도구(메신저, vpn, 보안 프로그램 등)를 배우는 것에 대한 학습 비용, 재택근무 환경에 대한 투자(컴퓨터, 모니터, 책상, 의자 등)라는 비용은 저항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강제로 재택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대부분의 비용들은 지불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물론 업계별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노조, 정치계 등 노동자를 대표하는 집단들은 이를 이용한 정책을 펴려고 할 것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쪽으로 여론은 모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얘기들은 전적으로 노동자의 입장에서 살펴본 것이다. 재택근무와 같은 기업의 의사결정은 경영진이 쥐고 있으므로 이들이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느끼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경영진의 목적은 이윤추구이므로 재택근무가 생산성과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는지를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재택근무는 과연 기업의 입장에서도 좋을까?

첫번째로 사옥 임대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남의 평균 빌딩 임대료는 평당 10만원 정도로 개인당 3평정도를 차지한다고 가정해보면 자리하나 당 월 30만원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도, 전기등 사옥 운영에 관련된 제반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옥을 가진 기업의 경우 자리를 줄이고 임대를 늘리는 식의 임대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재택근무 도입에 대한 투자비용이 낮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의 경우 이미 재택근무 기반(네트워크, 보안, 프로그램 연동)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번 코로나발 재택근무로 수혜를 입은 MS의 CEO 나델라는 2년치 디지털 전환이 2달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재택근무를 아직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관련된 정부의 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이런 사업들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산성을 높여줄(적어도 감소하지 않도록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이를 뒷받침 해줄 데이터는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재택근무를 한 적이 없을 뿐더러 재택근무가 시행된 2분기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생각을 적어 보자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위 그래프의 50점이 보통이다라는 의견) 현재 미흡한 부분은 도입 초기의 불협화음으로 본다면 재택근무 환경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볼 때 결국 높은 생산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은 블랙스완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햇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 생산성을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런 생각들은 모아 볼때 가까운 미래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재택근무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기업들도 꽤 있다.) 이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어 재택근무가 정착된 이후에는 자기자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질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